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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07 배우라는 종자 (3)
배우라는 종자는 참 알다가도 모를 인류다. 이번주 FILM2.0 토크2.1 인터뷰로 누굴 했으면 좋겠냐는 편집장의 물음에 나는 주저 없이 답했다. "봉태규요." <가루지기>라는 영화가 지난 주말에 개봉했으니 개봉 이후의 반응에 대한 배우의 반응도 듣고 싶고,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틀 뒤, 섭외에 나섰던 취재팀장이 문자를 보냈다. "봉태규가 인터뷰 하기 싫다네요."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정성을 기울인 영화가 흥행에서 망가졌다. 게다가 원성도 자자하다. 배우로선 영화 개봉 전에 집중돼 있는 프로모션 일정에만 힘쓰면 되니 개봉 이후에, 게다가 영화에 대한 평가마저 뻑떱인 상황에서 굳이 인터뷰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허나, 봉태규라면 흔쾌히 응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년전 <바람난 가족>을 계기로 인터뷰했을 때 봉태규는 재수 없는 고정 관념에 반감을 표시할 줄 아는 영민한 배우라는 인상이 각인됐기 때문이다. 그는 왜 영화를 공부한다는 사람들이 보수적인 사회의 질서를 강요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그 한심한 고정관념에 똥침을 찌르듯 나름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었다. 헌데 이번에 봉태규는 배우 일반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고정 관념을 굳이 거스르지 않았다. 실망이다.

인터뷰는 기자의 질문에 배우가 답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고정 관념을 벗어나면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성립 가능하다."기자님, 이 영화가 그렇게 꽝이었어요?" 이렇게 그가 물었다면 나는 흔쾌히 대답해줄 용의가 있었다. 봉태규가 어느새 답변 기계가 된건가, 아니면 어쭙잖게 이미지 운운하며 폼잡는 선배 배우들에게 시덥지 않은 곤조만 배운건가. 영화를 놓고 밤새도록 소통할 줄 아는 에너지만 쏙 빼고?

수도 없었지만 또 한번 기대를 품은 배우에게 배신 당하는 기분이 든다. 그 대열에 봉태규가 포함된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Posted by cinemAg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