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개인적으로 배우들의 면면에선 일본판이 백배 낫다. 우리에겐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의 프로듀서로 낯이 익은 카라사와 토시아키가 김명민이 맡은 외과 조교수를 맡은 것을 비롯해 <도쿄 타워>에 나왔던 구로키 히토미(정말 매력적인 배우다)가 그의 정부로 등장한다. 내과 의사 사토미 역에 에구치 요스케 등 만만치 않은 명배우들이 적재 적소에 배치돼 있다. 무엇보다 배역에 어울리는 나이의 배우들이 배치돼 극의 사실성을 높였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과장 자리를 노리는 의사나 그들의 여인들 치고는 지나치게 젊어 보이는 한국판과는 대조적인 점이다.
한국판이 차기 외과 과장 자리를 둘러싸고 장준혁-부원장 vs 노민국-외과 과장 사이의 대립 구도에 치중하고 있다면, 일본판은 기본적으로 같은 구도에 외과 과장과 같은 '자리'가 아닌, 교수라는 '지위'를 얻는 문제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지위를 자리로 바꿔치기한 한국판의 각색이 한일 문화의 미묘한 차이점을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롭다.
일본판의 경우 한국판에 비해 주변 인물들에 대한 비중이 골고루 분산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이선균의 역할이 주는 존재감이 미약한 한국판에 비해 같은 역할인 사토미가 갖는 의사로서의 고뇌가 비교적 충실하게 그려지고 있다. 명예와 출세에 집착하는 의사 자이젠의 성장 배경에 대해서도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어 그에 대한 시청자의 감정 이입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극의 긴장도라는 면에서는 역시 한국판이 우월하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각색 과정에서 일본판보다 대립 구도를 선명하게 가져감으로써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려는 전략이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반전에 반전, 권모술수와 뒷통수 때리기가 주는 드라마의 긴장은 일본판의 강도가 한국판에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판의 제작진들은 역시 대결과 갈등의 구도가 뚜렷해야 재미있다고 생각한걸까? 그만큼 우리 사회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는 방증이라는 생각에 괜히 씁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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